전라감영과 방각본

■ 전라감영의 출판

전라감영(全羅監營)에서는 1600년대부터 1800년대에 걸쳐 약 60여 종에 이르는 책을 발간하였다. 감영의 서적 편찬은 중앙 정부의 요청으로 발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전라감영에서 출판된 책들은 주로 사대부에게 필요한 것으로 정치, 역사, 제도, 사회, 의서, 병서, 어학, 문학, 유학에 관한 책이 많았다. 전라감영에서는 왕권의 강화, 유교 이념의 확립, 문화의 창달 등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책을 발행하였고 이러한 전라감영의 활발한 편찬 사업은 인쇄술의 발달과 학문의 보급을 촉진시켰다.

■ 전라감영의 책판

전라감영에서 책을 출판할 때 사용한 책판(冊板)*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공간이 전주향교의 장판각(藏版閣)이다. 당시 장판각에 보관했던 책판은 9천 5백여 판이었지만, 자연재해와 조선말의 혼란과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상당수가 소실되거나 훼손되었다. 남아있는 책판은 「동의보감(東醫寶鑑)」, 「성리대전(性理大全)」, 「율곡전서(栗谷全書)」, 「주자대전(朱子大全)」, 「증수무원록언해(增修無寃錄諺解)」 등으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04호로 지정되어 있다. 책판은 전주 향교의 소유로, 현재는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기탁되어 5,059판이 보관되어 있다. 

* 책판(冊板) : 책을 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나무에 새긴 판을 지칭함.

■ 판매용 책, 방각본(坊刻本)의 출현

조선후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국가와 관청의 주도만으로는 출판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사설 출판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민간업자에 의해 간행된 방각본(坊刻本)이다.
방각본은 조선 시대에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발행한 책을 뜻한다. 지역에서 발행된 것을 뜻하는 방간본(坊刊本)으로도 불리는데, 주로 목판으로 인쇄되었기 때문에 방각본이라 불린다. 

방각본의 출판이 주로 이루어진 곳은 서울, 전주, 안성 등지이다. 이들 지역은 서적의 보급이 활발하거나 종이가 생산되는 곳이거나 상업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간행된 방각본을 각각 경판본(京板本), 완판본(完板本), 안성판본(安城板本)이라 구별하여 지칭한다.

■ 전주 지역 방각본의 내용적 특성 

첫째, 유학 분야의 강조이다. 
유학 관련 서적 즉, 유학 경전의 언해본과 주석서를 13종이나 출판하였다. 

둘째, 유학서와 함께 소설의 출판도 병행했다. 
소설 발행종수는 많지 않지만,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드러난 「조웅전」을 비롯하여 「심청전」, 「퇴별가」 같은 판소리 계열의 작품이 주요한 내용을 이루었다.

셋째, 민족 주체성을 강조한 아동 교육서가 나왔다. 
「동몽선습(童蒙先習)」과 「아희원람(兒戱原覽)」이 모두 전주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전주 지역의 문화적 풍토에서 빚어진 것으로 교육의 선진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